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 노조법 개정 주요 내용과 기업 시사점

주요 내용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재석 186인 중 찬성 183인, 반대 3인으로 가결되었으며,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개정으로 원·하청 간 교섭이 가능해지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단결권이 보장되는 한편,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어 노동계의 숙원 과제가 해결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경영계는 법적 불확실성과 노사 분쟁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 제2호 후단 신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
2. 근로자가 아닌 자 가입 허용(제2조 제4호 라목 삭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단체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의 노조 가입 가능.
3. 노동쟁의 정의 확대(제2조 제5호 개정)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뿐 아니라 ‘근로자의 지위’ 및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
4. 손해배상 청구 제한(제3조 제1항 개정)
   단체교섭·쟁의행위뿐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 제한.
5. 사용자 불법행위 대응 면책(제3조 제2항 신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 책임 없음.
6. 책임 비율 개별 판단(제3조 제3항 신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근로자의 노동조합상 지위 ·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 임금 수준과 손해발생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산정.
7. 배상액 감면 청구권(제3조 제4항 신설)
   노조 또는 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유지 등을 고려해 감면 여부와 정도를 판단.
8. 신원보증인 책임 면제(제3조 제5항 신설)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 쟁의행위 · 노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음.
9. 손해배상청구권 남용 방지(제3조 제6항 신설)
   사용자가 노조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한.
10. 손해배상 책임 면제 제도(제3조의2 신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

부칙에 따르면 제3조의 손해배상 제한 규정은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손해부터 적용되며, 다만 제3조의 2의 손해배상 책임 면제 조항은 시행 이전 발생한 손해에도 적용됩니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시사점과 기업의 대응 방향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입니다. 이제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회사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청기업, 발주처, 플랫폼 운영사 등도 교섭 의무와 분쟁의 상대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구조조정, 사업장 이전, 분할·합병과 같은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상당히 제약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도 협약 해석 문제로 파업이 가능해지는 등 기업의 방어 수단은 축소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이번 개정으로 인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운영상 리스크는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공급망 및 간접고용 구조 점검: 하청·용역·플랫폼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 교섭·노사 대응 전략 보완: 교섭 상대방과 쟁점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정비하고 노조 대응 전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 비상 대응 계획 수립: 쟁의행위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한 Contingency Plan을 마련할 필요성도 있을 것입니다.

관련 최근 판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개정에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2025년 7월 선고한 판결을 주목해 보겠습니다. 이 판례는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의 판례이나, 앞으로 사용자성 판단에서 구체적 기준을 짐작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기에 아래에서 해당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 및 단체교섭 의무 인정 – 서울행정법원2022구합69230사건

서울행정법원은 2025년 7월 25일자 판결에서, 원청이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 · 구체적으로 지배 ·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사건의 주요 내용:

1. 제조업을 영위하는 이 사건 회사는 여러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각 사업장에는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해당 조합은 2021. 7. 9. 회사에 공문을 보내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회사는 이를 공고하지도, 교섭 요구에 응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조합은 회사가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습니다.
2.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와 조합 하청 지회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 묵시적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회사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3.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단체교섭 요구 사항과 관련하여 회사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초심 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4. 이에 행정법원은, 교섭 요구의 내용과 관련하여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으며,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업무 지시가 회사로부터 직접 이루어지고, 사내하청업체는 업무의 내용이나 방식에 관한 실질적 결정 권한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내리는 업무 지시는 단순히 도급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협조나 설명 수준을 넘어, 근로자의 작업 강도와 방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구체적 지시로 기능한 점
   ▲ 회사가 사내하청업체의 인력 운용 효율성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였고, 근로자의 구체적인 투입 및 배치에 관한 사항을 직접 결정하기도 한 점
   ▲ 회사가 안전기준에 관한 각종 지침을 제정하고 주기적인 안전평가를 실시하였으며, 이러한 지침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위반 시 제재조치 또한 회사 소속 근로자와 동일하게 이루어진 점 등

시사점:

이번 판결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2007두8881 등)는 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였으나, 이번 판결은 그 법리를 단체교섭의무 판단에까지 확장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제 노란봉투법 통과와 맞물려 최근 판례의 이와 같은 입장은 향후 유사 분쟁에서 사용자성 판단의 실질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