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국내 통신대기업의 계열회사 간 전출의 법적 성격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는 판결(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이하 ‘대상 판결’)을 선고함에 따라 이러한 형태의 계열회사 간 전출과 근로자파견의 구분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출과 파견은 노무제공의 외형 면에서는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당해 파견(또는 전출)이 업으로써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될 수 있을 것인데, 대상판결은 그 구체적 의미와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하에서는 대상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상판결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파견사업주, 즉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의 구체적 판단 기준에 관하여 “근로자파견 행위의 반복ㆍ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파견의 목적과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반복ㆍ계속성과 영업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파견 행위를 한 자, 즉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근로자파견 개념과 비교하여 “전출은 근로자가 원 소속 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ㆍ파견ㆍ사외근무ㆍ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 소속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전출 후 기업의 지휘ㆍ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원 소속 기업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고유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 전출 근로자와 원 소속 기업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 소속 기업으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가 현실화되어 계속 존속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하여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 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피고의 계열회사가 파견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계열회사 간 전출이라는 이유로 파견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여 일반적인 간접고용의 경우와 계열회사 간 전출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관련 법리 부분에서 ‘계열회사 간의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 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계열회사 간의 전출의 경우에는 도급, 용역 등 일반적인 간접고용의 경우보다 파견법 적용 가능성을 더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수 기업들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의 분할, 합병, 합작 등 다양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력 교류가 수반될 수 있는데, 대상판결에 의하면 이러한 인력 교류 과정에서의 파견법 위반 리스크는 어느 정도 감소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상판결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고유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일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바, 개별 사안에서 특정 계열회사의 사업 목적이 고유하고 기업활동이 독립적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대상판결은 파견사업주의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① 근로자파견 행위의 반복ㆍ계속성, ② 영업성 유무, ③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④ 근로자파견의 목적,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을 제시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의 항소심 판결에서 “파견에 영리성, 영업성이 있는지는 근로자를 파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근로자를 파견받은 사람이 파견을 통하여 이익을 취하였는지도 아울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가 전출행위를 통하여 위와 같이 초과근로수당 등에 관하여 일정 이익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그 전출행위에 영리성, 영업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이를 취소하고 영업성 유무를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계열회사가 근로자 전출과 관련한 별도의 대가나 수수료, 기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고 계열회사 상호관계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전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르면 ‘영업성’은 전출(또는 파견)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 내지 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향후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의 전출 등 인력교류를 실시함에 있어서 전출 근로자의 임금 등 인건비 이외의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형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계열회사 간의 전출에 대하여 일반적인 도급, 용역 등 간접고용에 비해 파견법 적용 가능성을 더 제한하였는데, 이로써 다수 기업 내지 기업집단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유연하고 효율적인 사업경영 및 인력운용을 도모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계열회사 간의 전출을 전면적․일반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해당 계열회사의 고유한 사업 목적과 독립적 기업활동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형태의 계열회사 간 전출일지라도 법적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단순히 계열회사 간의 전출이라는 사정만 믿고 파견법 위반 리스크를 소홀히 할 것이 아니라, 도급과 파견의 구분에 관한 법리와 그 동안 축적된 다양한 사례들을 면밀하게 비교․분석하여 계열회사 간의 전출이라는 ‘형식’ 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의 실질’에 있어서도 근로자파견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김용문 변호사가 2022년 9월 월간노동법률에 특집 기고한 내용입니다. 해당 내용은 링크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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