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택 덴톤스 리 변호사가 특금법 등 블록체인 시장 동향에 관해 ‘OBDIA 매거진 (Open Blockchain Decentralized Identifier Magazine)’ 과 인터뷰했습니다. OBDIA 매거진은 (사)오픈블록체인•DID 협회 에서 발간하는 블록체인 전문 잡지로 국내•외 블록체인 산업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략한 자기소개와 현재 회사에 서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6 년간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다가 2017 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처 음에는 주로 ICT 기업들을 자문하는 부티끄 로 펌을 설립해서 운영했었고 , 대형로펌인 법무 법인 ( 유한 ) 바른에서 송무와 기업자문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 최근에는 세계 최대 글로벌 로 펌 중 하나인 덴톤스 (Dentons) 와 콤비네이션 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로 옮겨서 시니어 변 호사로서 송무팀을 맡아 민 , 형사 송무 업무와 부동산 , ICT, 기업인수 등 자문업무를 주로 하 고 있는 중입니다 . 그리고 협회 설립 당시부터 감사를 맡고 있습니다.

Q. 최근 기업들의 블록체인 · 가상자산 분야 진입 이 활발해지면서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요가 증 가하게 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블록체인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2017 년 하반기부터 인데 , 당시 사람들은 주 로 블록체인 기술이나 산업 자체보다는 암호 자산을 통해서 였습니다 . 2018 년에 들어오면 서 ICO 와 암호자산 투자에 큰 붐이 일어나 사 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후에는 그 여파로 블록 체인 시장 자체가 많이 침체되었던 것 같습니다 . 하지만 2019 년 이후로 블록체인 본연의 기술과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 금융 , 인증 , 온라인거래 등 플랫폼 산업분야에서 이를 적용 해 가는 기업들이 있었고 , 이제는 블록체인 기 술의 본래적 방향성을 찾아 발전해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묵묵히 어려운 상 황을 견디면서 블록체인 본연의 기술이나 비즈 니스 모델을 꾸준히 개발해 온 기업들이 서서 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이러한 기업들 중에 사업에 필요한 자문과 소송들을 의뢰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 다만 최근 에 코로나 상황 등과 맞물려 비트 코인과 알트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여전히 암호자산이 투기 대상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들이 무슨 내용으로 자 문을 구하고 있습니까?

저는 2017 년 말부터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 된 규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인터넷 진흥원 등 정부나 공공기관의 의뢰로 블록체인과 관련된 산업규제의 개선에 대한 연구와 자문을 많이 해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암호자산보다는 주로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과 관련된 규제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타 다른 기업들과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상의 법적 문제들에 대한 의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스타트업들은 사업모델도 혁신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규제 안에서 사업이 어려운 경우 규제샌드박스나 규제특구 등을 통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다음달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전문가 입장에서 특금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어떤 변화가 나타날 거라고 보십니까?

스타트업인 가상자산사업자를 주로 자문하는 법률전문가들 입장에서 특금법의 시행으로 오히려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특금법의 제정으로 가상자산이나 관련 사업이 제도의 틀 안에 편입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결국 법의 취지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보다는 정부 입장에서 가상자산의 유통으로 인한 위험요소들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보니 그러한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갖고 있는 시중 은행들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Q. 기존 업권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위한 특금법이 도입되다 보니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인데요. 향후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고, 자금세탁 등 범죄행위에 가상자산이 이용되는 부작용을 막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이왕에 가상자산을 제도 안에서 인정하는 이상 해당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고, 따라서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소규모의 가상자산 사업자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대형 거래소 이외에 중소 거래소에 대해 계좌발급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계좌발급에 대해서도 은행들에게 정확한 기준을 제공해 줌으로써 보다 은행들이 명확하고 현실적인 조건들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등 주요 이슈 가운데 개인적으로 눈여겨보시는 주요 동향이 있으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중앙은행의 CBDC 발행을 기점으로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자산과의 시장에서 이뤄질 경쟁이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CBDC는 암호자산이 아니라 법정화폐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으므로 특금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점이 CBDC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모두 될 수 있겠지만, 우선은 이처럼 CBDC에 대해 다른 암호자산보다 우월한 지위가 인정될 경우 시장에서 그 위력은 대단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물론 CBDC는 일단은 국가 내에서만 법정화폐로서 효력을 갖겠지만, 국가간 유통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으므로 미국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80% 이상의 국가들이 CBDC를 연구하거나 발행을 준비하면서 국가 간 선점 경쟁도 이미 치열한 상태입니다. 한국은행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회원사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블록체인은 그 자체가 만능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한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블록체인과 관련한 좋은 원천기술과 플랫폼을 많이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길 바라고, 협회도 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